아름다운 글

팔십오세! 할아버지의 노오란 통 단무지 선물!

菊亭 최옥순 2010. 5. 16. 06:59

 

 

팔십오세! 할아버지의 노오란 통 단무지 선물!

 

 

菊亭/최옥순

 

 

햇살 고운 정오 시간

검은 우산을 지팡이 삼아 짚고 다니시는 할아버지

뒷에는 꼭 할머니도 함께 다니신다 

 

환하게 웃으시며 들어오시는 분이 있었으니

바로 한 달 전에 알게 된 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작은 정성으로

도움을 드렸을 뿐인데 ...

 

 검은 가방을 들고 다시 찾아 온 할아버지!

얼른 인사를 한다 "오랫만에 오셨군요 "

"무슨일이 있으세요" 라고 말을 건네며 

 

이런 저런 이야기하는 도중에 

할머니 할아버지 귓에다 소근 소근 이야기하자 

응! 그래! 하시며 가방속에 검정 봉투에 든 물건을 꺼내

내 책상위에 올려 둔다 

 

이것 무엇이죠 하자 할머니 !

 단무지 많이 나는 곳에 직접가서 

자꾸 이 단무지를 사라고 하지 뭐야 !

참  이상하다고  생각을 했지! 

 

치아도 다 빠지고 없는 사람이 어떻게 먹을려고 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나를 주기 위해서

 할아버지가 자꾸 사라고 했다고 한다 

 

나의 팔뚝 길이만 한 노오란 통 단무지를 받아들고

마음이 찡해진다 

 

먼곳에서 사가지고 택시를 타고 오시는 길에

 택시비가 삼만 오천원이 들었다고 한다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 

할아버지의 마음의 선물 

아름다운 선물 무엇으로 표현하리오! 

 

"감사합니다" 그냥 오셨도 되는데 하자 

그래도 고마워서 선물을 하고 싶었다는 말씀에

" 저가 해야 할 도리를 했을 뿐입니다" 라고 말을 하고는  

"정말 감사합니다" 라는 말씀을 드리고는 마음이 울컥해진다 

 

그렇게 고맙게 받았들임에 

내가 잘했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나이 든 분들께 친절하지 못함을 도리어 

나의 자신을 돌아 볼 수 있었다 

  

 오늘 처럼 기쁜 날이 또 어디있으랴! 

정말 행복한 마음이었다 

처음으로 받아 본 노오란  통 단무지 선물 그것도 

년세가 팔십 다섯인 할아버지와 할머니한테서 받은 선물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오! 맙소사 !

나의 마음은 감동과 감격이었으며 

 웃음 띤 얼굴로 ... 

그 분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작은 친절임을

 다시 느껴 보는 날이었다 

 

오고 가는 선물속에 기쁨이 있고 

행복이 깃들어 있으니 

무엇으로 그 아름다움을 살 수 있으리오 !

 

가슴깊이 새겨 두고 싶은 통 단무지 선물 !

  할아버지 할머니 흐뭇해 하시는 표정 

잊지 못할 것 같다 

오래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다  

 

20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