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꽃잎으로 닦는다

菊亭 최옥순 2012. 5. 5. 10:49

 

 

 

 

 

 

꽃잎으로 닦는다


菊亭/최옥순



풀잎에 매달린 이슬방울 보석빛으로 반짝이는 작은 물방울 옆에 앉아 한참을 본다

무성하게 자란 풀잎에서 풀냄새를 맡으며 아침 천변을 걸어본다

노란 꽃잎과 대화를 나눈다 눈앞에 잠시 피였다가 떨어지는 꽃잎 옆에 앉아

실타래처럼 엉겨 있는 마음을 열어 보인다

 

봄의 따스함과 가을의 서늘함이 있으므로 만물이 싹트고 열매를 맺는것을!

평화로운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마음속에 있는 모든 것을 비운다

풀잎에 내린 이슬 앞에 무골충이냐 무극충이냐 어느 말이 맞느냐 묻는다

 

조용히 혼자 있고 싶을 때 천변을 나가 시원한 바람을 쐬고 돌아와 먹물을 찍어 자연을 그린다

자연은 말없이 그대로 있는데 평화를 준다

많은 말을 한다고 해서 감동을 주는 것은 아닌가 보다 조용히 봄볕을 바라보며 검은 먹물을 찍어 본다

 

검은색에서 200가지 정도 색깔이 나온다는 이야기에 동감을 한다

물의 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색상이 멋있다

화선지에 먹물을 찍어 소나무를 그리고 매화나무를 그린다

다리가 아프도록 그리고 또 그린다 먹물에 모든 생각을 먹물에 섞어 칠한다

그리고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싶어서 결심 하면서 완성된 그림에 낙관까지 찍는다 

문득 마음에 와 닿는 말 한마디가 생각난다


내가 귀해져서 사람들이 나를 우러르는 것은 높은 관과 큰 허리띠를 우러르는 것이고

내가 천해져서 사람들이 나를 업신여기는 것은 초라한 베옷 과 짚신을 업신여기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사람들이 원래의 나를 우러르는 것이 아닌데

내가 어찌 기뻐하며 원래의 나를 업신여기는 것이 아닌데 내가 어찌 노여워하겠는가?


이 말이 맞다  높은 이상과 현실에서 밝은 곳에서 환하게 웃으려면 마음에서부터 밝아야 웃을 수 있다

어두운 곳에 죄가 없으면 밝은 곳에서도 죄가 없기 때문이다.라는 글귀를  떠 올려본다  

 

풀냄새와 먹물 냄새로 가정의 달을 맞아 쉬는 날 없이 책가방을 들고 나간 기쁨이가 돌아오면

기쁨이를 향해 “사랑해”라고 큰 소리로 말하고 싶은 오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