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시

봉숭아

菊亭 최옥순 2012. 7. 27. 10:00

 

 

봉숭아 


菊亭/최옥순


빗소리에 떠는 잎

파란 잎 한잎 두잎 따

닳고 닳은 손톱 발톱에 얹혀 놓고

하얀 비닐로 돌돌 말아 무명실로 꼭꼭 묶어 

열 손가락 비닐 옷 입고 활짝 펴 보였던 이야기

마주보고 웃고 또 웃는 온화한 얼굴

가슴속에 헤어진 이야기 그림자 찾아 나선다.

 

물씬 풍기는 그리움

냉장고 속에서 꺼집어 낸 사랑

불러 세우는 이름 있으니

그 이름 바로 어머니라.  

 

빨갛게 물든 그리움

가슴을 쓰러 내릴 때

죽을 것만 같았는데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님을!

 

흰 꽃잎은 내 곁을 떠나고

또 다른 꽃잎으로

내 앞에 흠뻑 젖은 애달픈 사랑

아득한 메아리 소리는

넋이 되어 남아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