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글

다시 잡아 본 붓

菊亭 최옥순 2013. 1. 12. 07:50

 

 

 

 

다시 잡아 본 붓

 

菊亭 최옥순

 

 

검고 검은 먹물을 찍어 다시 붓을 잡아 본다

지난 11월 12월 두 달 동안 바쁜 일정으로

붓을 잡지 못했으나 다시 먹물 찍어 연꽃을 그린다

 

그윽한 먹물 냄새가 좋아 거실에 한 상 펼쳐 놓고

화선지에 연꽃을 그리니  어느새 내 마음은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온 기분이든다

 

고요한 시간 긴 겨울밤을 하얀 화선지에 검은 먹물로 꽃을 그리면

꽃은 내 마음이 되어 묵향으로 물들게 한다

 

먹물과 붓 그리고 연습한 연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밖에 소리는 들리지 않고 깊은 내면의 소리만 들린다

 

그동안 쌓아올린 정성은 허물어진 기분이 들지만

다시 움츠러든 겨울을  딛고 일어나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에

더 멀리 바라보며 그윽한 향기로 자연에 속한 자유로움을 발견한다

 

아직은 부족한 그림이지만 한 번쯤 출품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겨

받아 본 참가 지원서에는 경력란이 있다

 

한참을 생각하면서 문인화 경력이 없는 나로서는 쓸 말이 없을 것 같아

그냥 마음을 접어두기로 한다

 

사군자가 좋아서 문인화를 그리기 시작한지도

사실은 쾌 오래되었지만 출품을 해 보지는 않았다 

그래서인지  꿈틀거리며 출품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으나

보이기 위해 그리는 것은 아닌 만큼 마음을 접는다

만약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생각해 보기로 한다

 

한곳에 심취되어 있으면 모든 것 잃고  먹물 찍어 정신없이 그곳에 빠져있다 

올해는 설날 연하장을 직접 화선지에 먹물로 매화도 그리고 소나무 등 다양한 그림을 그려볼까 

시간이 허락된다면 그렇게 해 보고 싶은 마음에 붓을 잡고 은은한 먹물 냄새를 맡으며 

겨울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