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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에 보리 씨앗과 고추 3그루를 심는다

菊亭 최옥순 2013. 5. 2. 14:23

 

베란다에 보리 씨앗과 고추 3그루를 심는다

 

 

菊亭 최옥순 

 

화분 갈이를 하고 남은 흙을 모아 빈 통에 가득 채워 놓고

 처음으로 보리 씨앗을 뿌려 흙으로 살짝 덮는다 

 화초는 키워 봤지만 곡식은 처음이라 

싹이 과연 날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전화를 한다

작년에 미숫가루하고  남은 보리를 심으면 싹이 나는지 여쭤서

심으면 된다는 이야기에 보리 씨앗을 심어 놓고 물은 준다

 

이른 아침에 창문을 열고 살며시 흙을 파 본다 혹시 어떻게 되었는지

싹이 나오는데 몇 일 만에 싹이 나올까 생각하면서 다시 흙을 덮어주고는

어제는 고추 3그루에 천 원을 주고 사 와서 그 옆에 심어본다 

 

나 혼자 웃는다 꽃과 곡식이 다른 점이 무엇일까 

내 손으로 직접 심어 보기는 처음이라 참으로 신기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베란다로 나가 고추 나무가 바로 서 있는지 보지만

그 옆에 사랑초 꽃이 피기 시작한다 

연분홍색으로 피기 시작한 꽃잎에 자꾸 눈이 간다

 

고추보다 아직은 화초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렇지만 올해는 꼭 베란다에 상추를 심어 보겠노라고 이야기했기에

흙을 준비해 놓고 상추 씨앗을 뿌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상추 씨앗 심었느냐고 묻는다 

"상추 씨앗을 구입하지 못해서요." 라고 하자 허허허 웃으며 여름 다 지나가겠다고 한다 

 

난 상추 대신 고추를 사서 대신 심었다 

그리고 물을 주고는 자꾸 신경이 쓰인다 화초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물을 주면 되는데...

식물은 처음이라 물을 어떻게 줘야 할지 오늘은 책을 펼쳐보고 웃는다  

베란다에 채소를 심는다는 뉴스를 보고  올해는 무엇을 심어볼까  고민하

 

골목에 가지 참외 고추 파 등 여러가지 가지고 나와서 팔았다

상추를 심겠다고 해 놓고 막상 내가 산 것은 상추가 아니라 고추 3그루였다

호호호 하하하 웃으며 올해는 상추가 아니야 고추를 심어 봐야지

스스로 결정을 하고는  고추와 파를 사온다

 

상추를 좋아하지 않는 탓에 고추를 사와서 심었는지 모르겠다 

고추가 꽃이 피고 열리기 까지 기다리며 사진을 찍어 볼 생각이다 

과연 고추가 열리것인지! 잎만 무성할 것인지 나의 첫 수확을 기다리면서 ...쌀 씻은 뜬물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