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방을 청소하다
텅 빈 방을 청소하다
菊亭 최옥순
먼지를 털어내고 겨울 옷을 정리하여 넣고
두 녀석이 없어도 여름옷을 다림질하여 곱게 옷걸이에 정리하여 걸어둔다
먼지가 쌓인 창틀도 닦고 침대에 깔렸던 이불도 걷어내고
휴가라도 올 것만 같은 생각에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도 매일 걸레질을 하며
커튼도 씻어 새로 달고 구석구석 먼지를 닦고
벽에 걸려 있는 사진을 보며 싱긋 미소를 보낸다
내 곁에 잠시 떠나 있어도 늘 마음은 함께 있는 것 같다
책꽂이에 꽃혀 있는 책을 만져 보기도 하고
서랍 속에 소지품을 꺼내 정리를 하기도 하고
걸레질하는 손길에는 사랑이 듬뿍 묻어 나온다
시간이 가고 달이 가고 그러다 보면 문득 내 곁으로 돌아올 녀석들!
피아노 위에 올려진 동상에 쌓인 먼지를 닦는다
누구의 동상일까 ?
초등학교 때 어느 신문사 주최로 콩쿠르에서 상을 받았던 동상인데
시간 있을 때 누구의 동상인지 자세히 봐야겠다
그동안 많은 시간이 흐르다 보니 까맣게 잊어버렸다
기쁨이 한테서 충분히 기쁨을 받았다
고사리 손으로 피아노 치며 기쁨을 준 녀석에
며칠 전 전화가 왔을 때 화를 낸 나는 조금만 참아도 될 것을,
전방에 배치 받았다고 화를 낸 나를 돌아본다
한 녀석이라도 조금은 가까운 곳에 두고 싶은 마음이 나도 모르게 있었는가 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녀석에 화를 내서 마음이 짠하다
오늘따라 창문을 열어놓고 마음의 변화를 가져 올 지혜를 담아
사랑 그것은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영혼의 가장 높고
가장 희망적인 세계이다. 헤르만 헤세 속담에
사랑 그것은 엄마의 사랑만큼 큰 사랑이 어디 있을까
사랑의 눈길로 사랑의 마음으로 지켜보는 그 무엇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