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하게 씩어 버린 붕어빵
菊亭 최옥순
이른 새벽에 일어나 눈을 떠서 보니
휴대폰 위에 붕어빵 한 마리가 웃고 있다
어제 저녁에 힘이 들어 누워서 책을 보고 있는데
기쁨이가 들어와 "엄마 붕어빵 드세요"라고 말하며 놓고 간 것이다
눈이 오고 찬바람이 부는 늦은 시간 공부하고 돌아오면서 사 온 붕어빵이다
그래 잘 먹을게하고는 사랑이 한 테는 누워서 물이 먹고 싶다 말을 하자
물 한 컵을 갖다 준다 그렇지만 초저녁 잠이 많은 나는 물도 붕어빵도 먹지 못하고 잠이 들어 버렸다
아침에 보니 붕어빵은 웃으며 기쁨이와 화해를 하라고 하는 것 같다
사실 엊그제 처음으로 착하고 착한 기쁨이 한 테 심하게 야단을 했다
그리고는 아직 다정하게 가까이하지 못하고
어떻게 대화를 할까 생각 중에 있는데 녀석이 먼저 붕어빵을 사 와서 내민다
듬직한 모습으로 예쁘게 자라고 있지만 부모 욕심은 그렇지가 않는가 보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붕어빵을 보면서 딱딱하고 말라 버린 붕어빵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대견스럽고 기특한 녀석이지만 가끔 나는 많은 것을 요구하고 더 바라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을 한다
아직도 어린 녀석인데 가만히 지켜만 봐도 될 녀석인데 너무 성급한지는 모르겠다
종이 위에 놓여있는 굳어 버린 붕어빵을 천천히 본다
눈과 지느러미 꼬리 볼록볼록 나온 비늘 안에 있는 팥 색깔이 조금은 비친 붕어빵을 보며
생각이 깊은 기쁨이를 생각한다
미끄럽고 추운 겨울 늦은 시간 붕어빵이 든 하얀 봉지를 잠결에 보았다
어떻게 마음을 풀어 줘야 할까 생각중인데 도리어 녀석이 먼저 엄마 마음을 풀어 주려고 한다
아직은 가능성이 많은 녀석이다 미래를 바라보며 ...기다리는 연습이 필요한 사람은 바로 나 인가보다
눈이 간밤에 내려 쌓여 있는 창밖을 본다
하얀 눈이 잠에서 깨지 않도록 아주 조용히 커튼을 열어본다
온통 흰색으로 색칠한 골목과 나뭇가지를 본다 자연은 말없이 교훈을 준다
칭찬에 인색하지는 않았는지 나를 돌아보면서 .....괜찮은 녀석을 오늘은 힘을 실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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