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시간에 검게 익은 포도송이에 그만 ....
菊亭 최옥순
가을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풀벌레 소리에 전류가 흐르는 듯 하고
푸른 잔디위를 걸어만 봐도 행복한 마음이다
하늘이 있어 쳐다볼 수 있고
땅이 있어 가고 싶은 곳으로 다닐 수 있어 행복한 사람
기쁨으로 하늘 문을 연다
때론 더워서 지치고 재미없는 일이 반복된다 할지라도
그 안에서 행복을 나름대로 찾고 있다
늦은 시간 운동을 하고 오는 길목에
과일 아주머니는 그때까지 길거리에 앉아 과일을 팔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나 역시 정답게 인사를 한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가을을 안고 오는 길목에
검게 익은 포도를 가져가라고 한다
운동나와서 돈 준비를 못했다고 하니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
내일 갔다 달라고 하는 말에 거절하지 못해 포도 5킬로 한 상자를 산다
일찍 들어가시지 않고 이렇게 늦게까지 있느냐 하자
사모님처럼 늦게 사가는 분이 있으니 있었어요라고 한다
우린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한참 웃는다
집에 들어가면 새벽 1시가 된다고 한다
그리고 새벽 5시에 일어나 경매장으로 간다고 한다
그 소리에 참으로 열심히 사는 분이시구나!
삶의 현장에서 이렇게 사는 분이 있는데 어찌 불평하랴
저녁 시간 풀벌레 노랫소리와 검게 익은 포도송이를 보며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속에 있음을 잠시 흘러 버렸던 행복을 다시 주워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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