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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

법계사에 오르는 길

 

지리산 법계사에 오르는 길 

 

 

최옥순/菊亭

 

옅은 안개  흰구름 사이로

떨어지는 작은 빗방울 

비옷 위에 떨어지는 소리 있으니  

연둣빛 바람 소리에 힘을 실어 돌계단을 올라간다

대나무 숲을 지나 1시간쯤 지나 빗방울은 점점 굵어진다 

마음의 갈등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그냥 내려갈까 아니다 법계사까지 목표를 정했으니 가야지 하면서도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니 갈등이 생긴다. 

 

우비를 걸쳐 숨을 고르며 한계단 한 계단  오르고 있을 때

진주고 학생들은  천왕봉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학생들을 만났다. 

서로 "반갑다" 라고 인사를 주고받고는 "늦게 출발한 탓이구나!" 속으로 생각하며 올라간다

날씨가 고르지 못한 지리산  중간 쯤 갔을까?

단체로 등산을 온 중년 쯤 보이는 분들은 빗속에서 

올라가지 않고 앉아서점심을 먹고 계신다 살며시 말을 붙여보자

배가 고파서 올라 갈 수가 없다고 하신다.   

가져온 밥을 먹고산에서 내려 갈려고 한다며

비를 맞고 비닐봉지에 싼 밥을 서서 먹고 계신다.

 

등산은 배가 고파도 올라갈 수가 없고 너무 배가 불려도 산에 올라갈 수가 없다. 

적당한 양을 먹고 등산을 해야 하므로 출발 전에 우리 일행은 차 안에서 

가볍게 김밥과 과일을 약간만 먹고  비를 맞으며 산에 올라간다.  

목표를 정해 놓았기에 뚜벅뚜벅 갈 수 있었다

만약 목표를 정하지 않았다면 그냥 내려 왔을 것이다 

살아가는 삶 역시 목표가 있을 때 힘들어도 견딜 수가 있다는 것을 

서로 말하며 빗속을 헤쳐 올라간다  

 

난 ! 두 번째라서 그런지 쉽게 올라갈 수가 있었다 

일행은 빗방울을 바라보며 서로 맞주보고 웃는다 

올라가면서 법계사 주지 스님을 한번 뵈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올라 갔는데... 

마음이 통했는지 스님은 밖에 나와 계셨다. 

 

스님과 녹차 한잔을 나누며...  

 

1,450m에서 대접받은 녹차 !

다른 절에서 찾을 볼 수 없는 신선한 모습이랄까 ?

30분 정도 담소를 나누며 기도하시는 스님의 모습은 정결함이 풍겨 나왔다

사람의 도리와 부모를 내 몸같이 섬겨야 한다는 법명 말씀을  잠시 하신다.  

다음에  날씨 화창한 날 오면 연 불상 있는 곳을 안내 해 주겠다는 말씀을 남기신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높은 곳에서 마신 차  오랫동안 인상 깊게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비 오는 날 지리산 법계사에서

4시쯤 서둘러서 내려오면서.. 빗길에 미끄러져 더 조심스럽게 내려온다 

힘차게 흐르는 물소리 정겹게 들리는 산 모습은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산새도 장단을 맞추니

 나 역시 콧노래로 장단 맞추며 흥얼거린다.  

내려오는 발걸음!  마음속에 있는 욕심 다 쏘아 버린 물통처럼

깊은 산 계곡 물소리 리듬에 춤추고 있었다.

 무슨  말이 필요하랴 !

깨끗한 도와지에 아무것도 그려넣지 않는 

파동이 일지 않는 그런 여백  

텅 빈 가슴에 연둣빛으로 

일렁이는 고요함이었다   

 

(2011.5월 27일 ) 비를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