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주부 이야기
菊亭/최옥순
마음속에 근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근심 대신 기쁨을 그리고 웃음을 사랑으로 가득 채워 본 날이었다
3월이면 항상 결혼기념일이 돌아온다
살다 보니 결혼한지도 몇 년이 지났는지 기억이 없다 난 손가락으로 접어보면서
"우리 결혼한지 몇 년째지요" 라고 묻는다 결혼한지 "1년밖에 안되었어" 라고 한다
오호호 옆에서 웃는다 올해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는 것 같은데...
언제 같이 여행이라도 갈까요.? 하니 "아이들 아침밥은 어떻게" 하지
그렇다 아직 아침에 깨워 등교를 시켜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어 그냥 접어 둔다
아무 말도 없이 결혼 기념일이 지나가고 그 다음날 전화가 온다
어디에 돈 있으니 " 당신 봄옷 사 입어요"
그 말에 마음이 찡하게 와 닿는다
그냥 "알았어요 고마워요" 라고
말을 흐리고는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
마트 가늘 길에 세일하는 여름 블라우스 입어 보고 만 원을 주고 샀다
그리고 올여름에 입어야지 생각을 하면서 구매을 한다
아마도 작년에 팔던 여름 블라우스 같다
그래도 색깔이 마음에 들어 사가지고 와서 집에서 다시 입어보고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쳐다본다 속으로 만족해 하며 싱긋 웃기도 한다
그런데 3월 31일 서울에서 시낭송 하고 오는데
정류장까지 나를 데리러 온 가장 소중한 사람은 나를 보자마자
" 왜 옷을 안 사 입었어" 라고 한다
"여름 블라우스 만 원주고 하나 사서" 라고 하자 말이 없다
난 옷이 많아 필요하면 사겠지만 "아직 필요없어" 라고 한다
좋은 옷을 사 입어라고 말하는 사람 늘 내 편이 되어
힘을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다
작은 배려로 가족만 바라보는 사람
늘 언제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다
"고마워요" 나중에 "꼭 필요하면 사입을게요" 라고 말을 하고는
왠지 가슴이 뭉쿨해진다 봄 옷 걱정을 해 주는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딴 곳에 있다
오늘은 자녀를 데리고 필요한 것이 없는지
도리어 자녀 옷을 사 주고 싶은 마음에 함께 봄 외출을 하고 싶다
부모의 마음은 본인보다 자녀를 챙기는 그런 마음이 부모의 마음인가 보다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가정 서로 배려하는 마음이 아름다워 몇자 적어본다
올봄은 !
장농속에 잠자던 옷을 잠에서 깨워
노오란 개나리 옷을 맘껏 입고
훨훨 날아 나비처럼 더 많이 행복해 할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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