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
菊亭/최옥순
빗소리에 떠는 잎
파란 잎 한잎 두잎 따
닳고 닳은 손톱 발톱에 얹혀 놓고
하얀 비닐로 돌돌 말아 무명실로 꼭꼭 묶어
열 손가락 비닐 옷 입고 활짝 펴 보였던 이야기
마주보고 웃고 또 웃는 온화한 얼굴
가슴속에 헤어진 이야기 그림자 찾아 나선다.
물씬 풍기는 그리움
냉장고 속에서 꺼집어 낸 사랑
불러 세우는 이름 있으니
그 이름 바로 어머니라.
빨갛게 물든 그리움
가슴을 쓰러 내릴 때
죽을 것만 같았는데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님을!
흰 꽃잎은 내 곁을 떠나고
또 다른 꽃잎으로
내 앞에 흠뻑 젖은 애달픈 사랑
아득한 메아리 소리는
넋이 되어 남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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