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비에 젖다
菊亭 최옥순
길모퉁이에서 누군가 가만히 봅니다
밟히고 밟혀도 소리 지르지 못하고
그냥 밟히는 모습입니다
힘없이 떨어진 낙엽 하나에
쓸쓸함이 묻어 있음을 너는 아는지!
계절의 아픔도 삼켜버린 빨간 석류에
맑은 가락 울림이 있음을!
빗물은 일어서라 달려라 어서 오라고 합니다
당신이 내 곁에 있는 한 두렵지 않습니다
당신의 뜻이 있는 한 지체하지 않습니다
부딪히고 깨어지고 가루가 되어도
그 자리에 있을!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