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보리 새싹을 틔우다
菊亭 최옥순
보리를 물에 담가 놓아다가 바구니에 건져 싹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보자기를 덮어준다
하루 이틀 지나도 보리 싹은 보이지 않는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기다린다
며칠이 지났을까 새싹은 보이지 않고 뿌리가 하얗게 나와 서로 엉겨있다
뿌리가 먼저 나와야 잎이 나온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새싹만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나는 웃는다
한 알의 씨앗이 땅에 떨어지면 뿌리부터 나오고 새싹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뿌리가 나오는 것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잊어 버렸던 것이다
새삼 보리 싹을 틔우면서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을 해 본다
보리싹이 나오면 말려야 한다는 말에 지금은 펼쳐놓고 말린다
식혜를 만들 생각에 올겨울은 직접 보리를 가지고 엿기름을 만들고 있다
보리가 다 마르면 손으로 비벼 뿌리와 새싹을 없게하여 믹서기에 갈아서 식혜를 만들 수 있다는 언니의 말에
무작정 해 본다 몸집이 작고 작은 보리에서 뿌리와 파랗게 나온 새싹을 보면서 작은 씨앗이라 할지라도
썩지 아니하면 온도와 습도가 맞으면 싹을 피울 수 있다는 진리를 배운다
식혜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가물가물한 기억을 더듬어본다
겨울이면 보자기에 덮여 온돌방 아랫목에 싹을 틔우셨던 어머니 생각을 하며 많은 세월이 흘렸지만 기억을 되새겨본다
아파트는 온돌방처럼 따뜻한 곳이 없지만 햇볕이 나면 햇살이 나오는 곳에 내 놓고 나름대로 정성을 들인다
새싹이 나온 보리싹을 사진에 찍어 언니한테 보낸다 싹이 10cm 정도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언니의 이야기와 가물가물 기억나는 어머니 엿기름 만드는 과정을 총동원하여 나 역시 그렇게 만들어본다
처음으로 해 본 나의 첫 엿기름을 만들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작은 한 톨의 씨앗에서 ....생명을 발견하고 온도와 습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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